제목 | 경기일보-경기기업 세계를 사로잡다 | ||
---|---|---|---|
조회수 | 2324 | 작성일 | 2018.05.16 |
경기기업 세계를 사로잡다/ 주식회사 미르기술 ■ 정상을 향한 도전 미르기술의 시작은 지난 2000년 대기업을 다니던 중 퇴직,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던 박찬화 대표이사가 SMT라는 당시에는 국내에서 생소했던 제품에 깊은 관심을 가지면서다. SMT는 Surface Mount Technology의 약자로 한글로는 표면실장공정기술이라는 말로 번역된다. 전자회로기판, PCB의 표면에 칩 등을 고정하고 납땜을 하는 공정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때 제대로 작업이 이뤄졌는지 판별하는 자동광학검사기술을 이용한 AOI(Automated Optical Inspection) 검사기라는 뜻이다. 한글로도 생소한 이 제품에 박 대표가 관심을 기울이게 된 이유는 전공 때문이었다.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나온뒤 미국 유학을 떠난 박 대표는 스티븐슨 공과대학(Stevens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기계공학과 전산학을 전공했다. 이곳에서 박 대표는 당시 초창기였던 머신비전을 접하게 됐다. 카메라가 찍은 형상을 컴퓨터가 인식하고, 정교하게 화면에 재구성하는 기술인 머신비전은 로봇학에서 필수 분야다. 보지 못한다면 로봇은 움직이거나 조종되지 않는다. 여기에 박 대표는 전산학을 통해 이미지 프로세싱, 즉 영상처리 관련 기술도 경험했다. 이후 국내에 돌아온 박 대표는 국내 대기업의 연구소에서 검사기 개발에 참여하게 됐으며 이 경험을 바탕으로 SMT 시장에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자신감은 곧 새로운 도전의 밑바탕이 됐다. 공장이 밀집한 수원 영통에서 조그만 사무실을 구한 뒤 20여명의 직원들과 미르기술의 시작을 알렸다. 가장 먼저 시작한 제품개발은 탁상용 SMT 검사기. 당시 40개가 넘는 전문기업들이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던 상황인데다 창업 초창기 회사 규모에 맞추자는 의도였다. 첫 시도는 쉽지 않았다. 탁상용 SMT 검사기를 개발했지만 2001년 한해 동안 20여개밖에 팔지 못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세계 시장을 노렸다. 한정된 국내시장에서는 주문량이 적은 만큼 해외시장을 공략하기로 맘 먹었다. 그래서 2001년 이태리에서 열린 일렉트로니카(Electronica) 전시회에 참가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미국에서 주문이 밀려들었다. 미국과 유럽 고객들은 합리적으로 필요한 부분만 구입하는 성향을 노린 박 대표의 전략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이후 미르기술은 고속성장의 길로 접어들었다. 인라인 검사기를 출시한 2004~2005년에는 세계 45개 업체 중 매출기준 15위권에 진입했고 2009년에는 5위권에 들어섰다. 드디어 지난해에는 SMT 장비업게 TOP 3에 들어서는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 미르기술의 매출액은 500억원. 탁상기 검사기 분야에서는 일본 오므론(OMRON)에 이어 세계 2위 자리를 굳혔다. ■ 미국에서 사용한 달러, 전세계에서 벌어들였다 결코 작게 볼 수 없는 미르기술이 가진 또다른 자원은 전세계를 아우르는 해외지사. 중소기업 답지 않게 7개국에 현지 법인을 두고 있다. 가장 먼저 2004년 9월 미국 코네티컷 옥스퍼드와 홍콩에 현지법인을 두기 시작한 뒤 중국 심천과 소주, 천진에 잇따라 대표처를 설립했다. 현재 영국과 슬로바키아에 영업법인을 운영중이며 중국 혜주와 베트남에 A/S 센터까지 운영 중이다. 매년 1~2곳씩 설립한 셈이다. 회사 창업 3년만에 100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한 기업의 면모를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같은 해외시장 개척 배경에는 남다른 박 대표의 이력이 숨겨져 있다. 80년대 초 유학이 자율화되던 시기 박 대표는 대학을 졸업한 뒤 극소수만이 가능했던 국비유학이 아닌 자비유학을 떠났다. 당시 달러가 귀하던 시기였던 만큼 박 대표는 ‘괜히 유학가서 달러만 쓰고 오는 것 아닌지’하는 불안감에 유학을 망설였다. 이때 아버지의 강력한 권유가 있었다. 집이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서 재산이 아닌 교육만을 물려주겠다는 아버지의 결정은 박 대표가 지금까지 달려올 수 있었던 버팀목이었다. ‘집을 팔아서라도 자식 유학을 보내겠다’는 아버지의 모습을 아직도 박 대표는 기억하고 있다. 박 대표는 “당시 유학을 망설이던 저에게 달러를 쓰면 나중에 그만큼 벌어오면 되지”라며 한사코 유학을 권유하던 아버지의 모습을 회상했다. 회사 창업 후 지난해까지 벌어들인 달러는 5천만달러. 박 대표는 “‘얼마전 아버지에게 회사를 설립해서 5천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고 말씀드렸다”면서 “아버지께서 ‘그만하던 유학 때 쓴 달러가 아깝지 않다’고 말씀하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탁상용 SMT·LED검사기 등 기술력으로 승부 매출 50% 이상 美·유럽 등 해외서 벌어들여 중국시장 공략 박차… ‘세계 1위’ 기업 순항 이런 박 대표가 더 많은 달러는 벌기 위해서 주목하는 해외시장은 중국.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이다보니 첨단공장들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SMT시장도 덩달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SMT시장의 70%가 아시아 지역에 집중돼 있고 이 가운데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이 80%를 차지하고 있다. SMT 검사장비의 최대 수요처인 중국 공략은 곧바로 세계시장 제패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미르기술은 중국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현재 미르기술 전체 비즈니스의 60%가 중국시장에 집중돼 있으며지난 2007년부터 대만계 SMT 전문회사인 폭스콘에 장비 및 시스템을 납품하고 있다. 중국 광둥성 롱후아에 위치한 폭스콘은 20만명의 근로자가 애플, 노키아, 소니, HP, DEL 등 세계 초일류 기업 제품을 OEM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어 미르기술의 중국시장 진출 가능성을 배가시키고 있다. ■ 기술과 사람이 생존을 결정한다 박 대표는 기술 개발을 가장 중요한 투자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직원들의 분포에서도 확인된다. 전체 230여명의 직원 중 연구인력만 75명. 1/3에 달하는 직원들이 연구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첨단기기를 검사하는 장비인 만큼 기술력이 제품 판매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이를 위해선 기술개발이 최우선적 가치로 자리매김할 수 밖에 없다는 박 대표의 생각에서다. 박 대표는 “매년 발생하는 수익은 해외 네트워크 구성과 기술 개발에 거의 투자하다시피 했다”면서 “회사가 먹고사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3년전 15명 정도에 불과했던 연구인력이 이제는 70명을 넘어섰다. 이런 박 대표의 마인드를 기술개발로 이어져 미르기술의 SMT 검사장비는 15.0 MEGA PIXEL 카메라를 창작하고 있다. 경쟁사들이 4~5.0 MEGA PIXEL을 보유 중이다. 기술 경쟁력이 앞서는 만큼 검사처리속도를 경쟁업체들의 제품들보다 2.5배 이상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 또 미르기술은 지난해 12월 세계 최고 검사속도의 DUAL HEAD 검사기를 출시했으며 LED 검사기 시장에 진입, 올해초 코엑스에서 열린 ‘LED Korea 2011’에 참가, LED BLU 전용 검사기 ‘MV-7SB’를 선보였다. 이미 2006년에 아시아 최초로 Frost & Sullivan의 품질 리더십 상을 수상하고 2009년 대한민국 기술대상 우수상을 수상한 미르기술은 월드클래스 기업으로 우뚝 서고 있다. 이같은 기술력의 바탕은 역시 고급 인력. 박 대표는 인재 관리가 매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의 노력과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행복지수 1등 기업을 모토로 하고 있다. 특히 미르기술은 이익분배금(PS)도 지급하고 있다. 한해의 목표를 달성하면 직원들에게 회사의 이익을 나눠주며 격려하며 회사에 대한 소속감도 높여줄 수 있는 제도다. 또 기숙사로 인근의 아파트를 임대해주거나 전직원의 해외연수를 계획하는 등 박 대표는 젊은 인재들의 연구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여타의 고민을 제거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식기자 dsk@ekgib.com 사진=하태황기자 hath@ekgib.com
“해외진출 정부지원 적극 활용… 도전적 글로벌 마인드 성공 밑거름” 매년 1천만달러 이상의 수출로 회사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우량중소기업 CEO인 박찬화 대표에게도 어렵던 시기는 있었다. 가장 어려웠던 때는 회사 설립 초기인 2000년. 기술력 하나만 믿고 회사를 차렸던 박 대표는 곧바로 자금난으로 허덕일 수 밖에없었다. 기술개발을 둘째치고 회사 운영하기도 곤란할 정도였다. 그러나 정부와 경기도의 각종 정책자금 지원은 박 대표에서 가뭄의 단비 처럼 다가왔다. 기술보증기금의 기술평가센터에서 기술력을 검증받으면서다. 이런 이유에서 박 대표는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정책을 비판하기보다는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나라만큼 중소기업들을 위한 지원제도가 잘 갖춰진 나라가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박 대표는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각종 전시회 참가 지원을 이용할 것을 권했다. 해외의 고급 인력들과 전문적 식견을 가진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들로부터 수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도 매년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로부터 해외전시회 개별 참가지원을 받고 있다. 이에 더해 박 대표는 창업을 준비중인 후배들에게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첨단기술뿐 아니라 많은 제품들에게 국내시장을 너무 비좁하는 것이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큰 시장들이 펼쳐져 있는데 좁은 국내에서 경쟁할 것이 아니라 글로벌한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기술력이 있다면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면서 “경기도수출기업통합협의회 등 수출기업으로서 성공한 기업들이 많은 회원이 있는 민간기업 협회들을 통해 제도활동이나 경험 전수 등 많은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동식기자 dsk@ekgib.com |